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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사를 그만두고 처음으로 나 자신에게 집중한 시간들.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천천히 알아가던 한 달.
지관서가를 알게 되면서 책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. 읽는 것에서 경험하는 것으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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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날 카페에서 나는 시간을 잊었다.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고, 손에는 따뜻한 커피가 있었다.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데, 문득 이런 순간이 참 오랜만이라는 걸 깨달았다.
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날의 비밀은 실마리였다. 바쁘게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이 있었다.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, 그냥 존재하는 시간. 그게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몰랐다.
회사를 그만둔 건 용기가 아니라 솔직함이었다. 더 이상 나를 속이고 싶지 않았다. 좋아하지 않는 일을 잘하는 척하는 게 지쳤다. 처음으로 "나는 뭘 좋아하지?"라고 물었다.
첫 번째 복기를 쓰던 날을 기억한다. 노트를 펼치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는데, 평범한 하루 속에 생각보다 많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. 기록하지 않았으면 영영 몰랐을 것들.
산책이 습관이 된 건 우연이었다. 집 앞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뿐인데, 걷다 보면 머릿속이 정리됐다. 복잡한 생각들이 발걸음과 함께 하나씩 자리를 찾아갔다.
지관서가에 처음 갔던 날. 책장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. 누군가 정성스럽게 골라놓은 책들이었다. 한 권을 집어들었는데, 첫 문장이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.
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. 예전에는 빨리 읽는 게 목표였다. 지금은 한 문장을 읽고 멈춘다. 그 문장이 내 경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각한다. 느리지만 깊다.